[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이 덴마크 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멀티골을 작렬했다.
조규성은 5일(한국시간) 홈구장인 MCH 아레나에서 열린 비보르와의 2023-24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 17라운드에서 2골을 책임지면서 미트윌란의 5-1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이날 승리로 리그 6연승 행진을 이어간 미트윌란은 선두로 올라서며 전반기를 마쳤다.
조규성이 어김없이 미트윌란의 최전방에 섰다. 조규성은 프란쿨리누와 함께 투톱으로 임했다. 그 뒤로 다리오 오소리오, 안드레 뢰머, 크리스토페르 올슨, 찰스가 섰고 수비 라인에는 파울리뉴, 마스 베흐쇠렌센, 스베리르 잉기 잉가손, 헨리크 달스고르가 호흡을 맞췄다. 골문은 요나스 뢰슬이 지켰다.
미트윌란은 전반 30분 제이콥 본데에게 실점하면서 출발이 좋지 않았다. 답답하던 흐름에서 전반이 끝나기 전에 따라붙을 여지가 생겼다. 조규성의 투톱 파트너인 프란쿨리누가 상대 골키퍼 펀칭에 얼굴을 맞으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미트윌란의 전담 키커는 조규성이다. 대승의 발판을 확실하게 놓았다. 조규성은 대담하게 페널티킥을 중앙으로 차 넣으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시즌 7호골이자 지난 6일 흐비도브레와 14라운드 득점 이후 3경기 만의 보는 골맛이었다.
미트윌란이 추가시간이 끝나기 전 더 달아났다. 오른쪽 윙어로 뛰는 오소리오가 장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2-1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기세가 살아난 미트윌란은 후반에만 3골을 더 뽑아냈다. 경기 재개 9분 만에 수비수인 달스고르까지 득점하며 신을 낸 가운데 조규성도 멀티골로 발을 맞췄다. 후반 21분 올슨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오른발로 낮게 깔아차 골망을 흔들었다.
미트윌란의 마지막 골에도 간접 기여했다. 후반 39분 조규성은 차분하게 프란쿨리누에게 패스했다. 이를 받은 프란쿨리누의 왼발 슈팅이 수비수 맞고 굴절됐으나 올라 브린힐드센이 밀어넣으면서 5-1 대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규성이 양팀 통틀어 최고 평가를 받았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조규성은 35번의 볼 터치를 했고 그중 8번이 상대 진영 앞에서 받았다. 그만큼 상대 문전에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장신을 활용한 제공권의 힘도 잘 발휘했다. 8번의 공중볼 경합에서 6번을 이겼다. 멀티골까지 더한 활약에 풋몹은 조규성에게 9.1의 평점을 부여했다.
또 다른 통계 업체 ‘소파스코어’에서도 조규성은 8.6점의 호평을 받으면서 미트윌란은 물론 상대를 포함해서도 가장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1골씩만 신고하던 조규성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멀티골로 최전방 공격수의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여름 전북현대에서 미트윌란으로 이적하며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전세계에 새로운 스트라이커의 등장을 안겼던 조규성은 차분하게 한 단계 한 단계씩 올라가려 진지하게 접근했다.
다행히 미트윌란과도 생각이 맞았다. 더불어 미트윌란은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등번호를 공개하면서 조규성을 향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14초가량의 영상을 동원해 10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조규성이 직접 펼쳐보이게 했다. 조규성은 미소를 지으며 유니폼 앞뒷면을 들어보였다.
미트윌란은 “우리의 새로운 10번”이라며 조규성의 성인 ‘CHO’와 숫자 10을 강조했다. 미트윌란이 조규성을 핵심 자원으로 보고 영입을 배경이었다. 조규성과 사인한 스벤 그라베르센 스포츠 디렉터는 “양측의 야망이 잘 맞았다. 조규성은 유럽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한다”며 “우리는 1년 넘게 조규성을 지켜봤다. 좋은 체격을 활용해 좋은 위치를 잡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피니셔다. 완벽한 스트라이커”라고 호평했다.
조규성도 미트윌란을 만족해한다. 구단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유럽에 올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 미트윌란이 매우 적극적이었다. 올바른 이적이라고 확신한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겨울보다 여름 이적을 원했다. 그 사이 대중들은 유럽 진출 행선지의 만족도가 조금은 떨어졌을지라도 조규성은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반골 기질이 있어서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미트윌란행을 직접 결정했음을 밝혔다.
미트윌란에 순조롭게 적응했다. 등번호 10번을 배정받은 걸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7월 흐비도브레와 개막전부터 득점포를 가동하며 미트윌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았다. 조규성은 스트라이커가 보여줘야 할 모든 부분을 과시했다. 좋은 신체조건을 앞세워 상대 수비수와 경합하면서 볼을 소유했고, 이를 통해 전방에서 동료와 연계 플레이도 순조롭게 가져갔다.
큰 체구에도 활동량도 좋은 조규성은 전방부터 압박 수비를 펼치며 미트윌란이 편히 공격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이를 바탕으로 리그 3경기 연속골을 포함해 잇따라 공격포인트를 생산하며 덴마크 진출 결정이 옳았음을 잘 보여줬다. 미트윌란 소속으로 리그 데뷔 3경기 연속 득점은 15년 만에 나온 대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조규성이 꿈꾸던 유럽대항전에서도 활약을 펼쳤다. 미트윌란이 유로파 컨퍼런스 예선을 치르던 시즌 초반 데뷔에 성공하며 유럽의 열띤 경쟁을 맛봤다. 대신 리그와 달리 유럽대항전에서 골 소식은 조금 늦어졌다.
그러나 8월 아쉬웠던 행보를 끊어냈다. 오모니아를 상대로 자존심을 되살렸다. 당시에도 조규성은 전반 27분 얻어낸 페널티킥을 책임졌다. 상당한 부담을 가질 만한 상황이었지만 조규성은 낮고 빠르게 슈팅해 골망을 흔들며 자신감을 더욱 가졌다.
조규성은 10월 한때 득점이 멈춘 시기가 길어지기도 했다. 이에 하루빨리 골맛을 보라는 듯 전북의 박지성 디렉터가 덴마크 현지를 직접 찾아 응원을 건네기도 했다. 륑비 BK와 13라운드 당시 박지성은 선수 시절부터 절친인 파트리스 에브라와 동행했다. 더구나 이들은 커피차를 대동해 경기장 앞에서 조규성을 응원하는 한국인 팬은 물론 덴마크 축구팬들과 소통했다. 커피차는 국내 영화 혹은 드라마 등 촬영지에 연예인을 응원하기 위해 동원된다. 박지성과 에브라가 직접 커피를 타는 등 꽤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선배의 힘을 받은 조규성은 다시 차분하게 흐름을 가져왔고 이날 멀티골 활약으로 전반기 8골을 터뜨리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현재 덴마크 리그 득점 순위 3위로 니콜라이 발리스(브뢴비), 알렉산더 리드(실케보르) 등 10골을 넣은 앞 순위 경쟁자들을 쫓기 시작했다.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한 조규성은 이제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덴마크 리그는 혹독한 겨울 추위에 따라 내년 2월까지 휴식기를 가진다. 이제부터는 대표팀 일정을 생각할 때다.
클린스만호의 붙박이 주전 스트라이커로 자리를 공고히 한 상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모든 경기에서 조규성을 기용했다. 6월 엘살바도르전부터 지난달 중국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까지 연이은 선발 출전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는 조규성은 사우디아라비아전과 싱가포르전에서 득점하며 보답하고 있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최전방에서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의 공격을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 미트윌란에서의 전반기를 멀티골로 잘 마치면서 아시안컵 준비에 힘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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