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 시도는 좋았지만…’디테일’ 부족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에서 태영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2023 북한 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가 2014년 이후 9년 만에 개최됐다. 지난 정권 당시 다소 뒷전이었던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는 평가다. 다만 행사 운영상 ‘북한이탈주민’ 구직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세심함’은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통일부가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 남북하나재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141개 기업과 정부기관, 공공기관이 온·오프로 참가 등록을 했으며 전국 25개 하나센터에 등록된 구직을 희망하는 북한이탈주민과 하나원 교육생, 대학생, 대안학교 학생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일자리 박람회는 9년 만에 처음 개최됐다. 2015년 이후 정치 상황,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한동안 박람회는 열리지 않았다. 문재인정권 당시 통일부가 ‘대화와 평화’를 기조로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주력한 것도 그간 일자리 박람회가 개최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전해졌다.

북한과의 ‘평화’에 방점이 찍혔던 문재인정권과 달리 윤석열정부 통일부는 ‘원칙’을 기조로 내세우면서 납북자, 북한이탈주민 등 그간 미처 돌보지 못한 이들을 돌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개회식에서 “윤석열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 문제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그 가운데에서도 취업 문제 해결에 집중해 왔으며 대통령께서 박람회 개최를 환영하는 축하 화환도 보내주신 것은 이번 박람회가 성과 있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통일부 주최로 열린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 부스 전경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오랜만의 행사에 ‘디테일’은 다소 부족…개선 필요

이번 행사는 탈북민의 실업률이 높은 것을 고민하던 김영호 장관에 장만기 무역협회장 등이 식사 자리에서 박람회 방식을 제안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그렇게 한 달여 만에 박람회가 열리게 됐는데, 향후 행사에서는 조금 더 탈북민의 니즈를 고려한 박람회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탈주민 A씨(36)는 “공공기관 취업을 생각하고 왔는데 공공기관 취업 매칭 자리는 없었고, 정보 제공에 그쳤다”고 말했다.

과거 인테리어 관련 직종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는 북한이탈주민 B씨(59)는 “현재 평택에 있는 한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안성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가까운 곳에서 근무할 곳을 찾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둘러보니 원하는 직종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중견기업도 고충을 전했다. 이들은 “사무직을 찾고 있는데 아무래도 찾아오는 분들은 노동집약적인 취업 자리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았다”며 “다음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면 조금 더 니즈에 맞는 직무를 적절히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에 141개 기업이 참석했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각 부스마다 기업 각각에 대한 정보와 채용 직종에 대한 설명이 없어 접근이 다소 어려웠다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C씨(57)는 ‘어떤 기업인지 알아볼 수 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금 어렵게 돼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탈북민들, 행사 자체 대해선 “도움 된다” 긍정 반응

그럼에도 탈북민들은 행사 자체가 매우 의미 있다는 평가다.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민의 실업률은 6.1%로 국민 평균(3.0%)의 두 배를 웃돈다.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학생들도 데리고 직접 행사장을 방문한 한겨레 중·고등학교의 이진희 교장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왔기 때문에 중국어에 능통하다”며 “졸업 후 이런 글로벌 기업에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것은 이들의 적성을 살리는데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탈북한 30대 북한이탈주민 D씨는 “이렇게 이 자리에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같은 것을 도와주시고 하는 것이 너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개회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행사 계획에 대해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평가를 해서 향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