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한 50대 급성 심혈관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6시 13분쯤 119 상황실에 50대 남성 A 씨가 부산 동구 좌천동 자택 주차장에서 호흡 곤란을 겪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구급차는 7분 뒤인 오전 6시 2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 대원은 A 씨가 등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자 심혈관계 질환을 의심했고 즉시 A 씨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물색했다.
그러나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 2차 의료기관인 B 종합병원에선 “수술할 의사가 없다”며 진료를 거부했다. 이후 구급 대원은 A 씨를 구급차 안에 둔 채 4곳의 대학병원을 포함해 부산 내 15곳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모두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A 씨의 자택 앞에서 40분간 대기를 하고 있던 구급차는 부산 수영구의 H 병원으로 오전 6시 59분쯤 옮겨졌다. 자택에서 9㎞가 떨어진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A 씨의 증상을 급성 대동맥박리로 진단했다.
여기서 급성 대동맥박리란 대동맥 내부 혈관 벽이 파열되는 것으로 30~40%가 발생 직후 현장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으로 옮겨지더라도 스탠트 삽입이나 인조혈관 치환술 등 즉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률이 올라가는 급성 질환이다.
그러나 문제는 H 병원에도 수술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의료진은 급히 부산의 Y 대학병원과 울산의 D 종합병원에 전원을 요청했다. 가장 가까운 Y 대학병원에서는 수술 불가 통보를 보냈다.
A 씨는 결국 H 병원으로부터 36㎞ 떨어진 울산 중구 D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오전 10시 30분이 돼서야 병원에 도착한 A 씨는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져 10시간 동안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A 씨는 이후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찾지 못하다가 지난 1일 오후 8시 30분쯤 끝내 사망했다.
A 씨 유가족 측은 “평소에 수영을 꾸준히 해왔으며 고혈압 등 심혈관에 영향을 줄 지병이 없었다”며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응급실 뺑뺑이’가 벌어졌고 소생 가능성이 높았지만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A 씨 유가족 측의 민원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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