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효진 기자] “대파가 안 된다면, 명품백은?”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어떤 물건을 갖고 투표소에 들어가도 되는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권자들이 디올백이라고 쓴 종이가방을 들고 투표소에 나타났다.
7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투표할 때 대파는 안되지만 디올백은 됨”이라는 글과 함께 한 여성이 투표소에서 파란색 글씨로 ‘DIOR’이라고 적은 종이가방을 들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과 김 여사의 디올백 논란을 환기시키며 정권 심판론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파 모양 펜을 만들어 유세장에 가져갈 수 있게 배포한다거나 대파 모양 손뜨개를 도안을 올리는 등 대파 인증사진도 줄을 이었다.
앞서 선관위는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유권자의 질의에 선거법에 따라 이를 제한해야 한다고 보고 유권자 안내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 이에 야당 지지층에서 ‘대파 인증샷’은 유희처럼 번져나갔고, 야당 출마자의 유세장에서도 대파가 ‘필수품’으로 등극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선거 유세 현장을 돌며 “윤석열 정권은 ‘칼틀막’, ‘입틀막’도 부족해서 이제 ‘파틀막’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비판이 이어지자 국민의힘도 맞대응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 북구 유세에서 “이런 식이라면 일제 샴푸, 위조된 표창장, 법인카드, 여배우 사진을 들고 가도 되겠느냐”고 반격했다.
선관위가 6일 오후 뒤늦게 “(정치적) 목적이 없다면 대파든 다른 무엇이 됐든 투표소 반입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지만 확산된 반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마음속에 대파를 품고 투표했다. ‘대파 혁명'”이라고 적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행위가 반대급부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대파 인증샷 등은) 보수 쪽 유권자들 감정만 상하게 해 분노 투표를 유발한다”며 “투표장에 갈 때마다 엄숙함과 책임감을 생각하고, 한표의 소중함과 선택의 진중함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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