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에서 8000만원 이상 수입 법인차에 붙는 연두색 번호판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할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연두색 번화판 부착 기준이 취득가이기 때문에 취득가를 8000만원 밑으로 살짝 낮추는 것이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수입차는 판매가격이 8000만원 안팎인 경우가 많아 일부 업체는 이런 방식으로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고 있다.
연두색 번호판은 색으로 업무·개인용 승용차를 구분해 세금 혜택을 받아 구입한 법인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해 대통령 취임 후 국정 과제로 추진했다.
국토교통부는 8000만원이라는 가격 기준을 자동차 등록원부상 출고가(취득원가)로 정했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록원부상 출고가는 자동차 등록증에 표시되는 차 가격으로, 자동차 회사가 제시하는 소비자 가격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이다.
예를 들어 8200만원의 자동차는 법인으로 구매하면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하지만, 400만원 할인받아 실제 구입 가격이 7800만원으로 낮아지면 하얀색 번호판을 달게 된다.
이런 할인은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 인기가 많은 차종에서 자주 이뤄진다. 5시리즈 가운데 8000만원 이상인 모델은 530i로, 지난해 판매된 7103대 가운데 31.1%(2212대)가 법인 구매였다. E클래스 중 8000만원 이상인 모델인 E220d는 46.2%, E350 4매틱은 39%가 법인차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수입차는 연두색 번호판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1억원 안팎의 차는 연두색 번호판이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절대적”이라며 “리스(임대) 방식은 수입차 판매사와 금융사(캐피털사)가 회사 간 거래(B2B)를 한 이후에 소비자에 임대하는 식이어서 맞춤 가격으로 할인이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할인 판매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희석할 여지가 있다”며 “시장을 면밀히 살핀 후 (연두색 번호판이) 누락되는 차량 숫자가 많다고 판단될 경우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법인 구매량은 4876건으로,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 전인 지난해 12월(1만2670대)과 비교해 60% 이상 감소했다. 수입차 구매 비중에서도 법인차는 37.3%에 머물러 전월(12월) 46.5% 대비 9.2%포인트(P)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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