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인재영입위원장 겸임과 ‘법조인
출신 공관위원장’ 임명 가능성 커지면서
영남·중진 중심 ‘공천 물갈이’ 걱정 확산
11일 한동훈-중진 간담회가 이정표 될듯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헌신을 요구하는 듯한 언행을 늘려가면서 국민의힘 내 중진 의원들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한 당의 혁신을 위한 헌신은 환영하지만, 기존 중진 의원들을 기득권으로만 보는 부정적인 시각에서의 헌신이 자칫 ‘공천 학살’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한 위원장이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임하고, 법조인 공천관리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단 관측이 나오면서 무분별한 물갈이가 현실화될 것이란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오는 11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당내 4·5선 중진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는 한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당내 의원들과 갖는 첫 오찬 간담회로 상견례 형식의 만남이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이후 선수·권역별 회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번 회동이 단순히 상견례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뒷말이 무성하다. 한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헌신’과 관련된 메시지를 내왔던 만큼 지속해서 헌신의 대상으로 꼽혀온 중진들을 향해 직접적인 요구를 꺼낼 수도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한 위원장 자신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배수진을 친 상황에서 중진을 겨냥한 압박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당내에선 공천 물갈이를 염두에 둔 한 위원장의 언행이 조금씩 나오고 있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4·10 총선에 출마할 인재를 영입하는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한 위원장이 겸임하기로 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우리 당의 성공에 있어 인재영입이 10 중에 8~9″라며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하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의 인재영입위원장 겸직이 공천 물갈이와 연관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우선 한 위원장이 직접 데려온 외부인사가 늘어날수록 현역의원 대상 물갈이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 위원장은 비정치인 출신으로 당내 의원들과 맺은 관계가 약하기 때문에 개혁의 칼을 휘두르기도 쉬운 위치인 점도 한 몫 한다.
당내에선 일방적인 현역의 ‘공천 학살’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빠른 공관위원회의 출범에 기대를 걸었지만 최근엔 공관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관위원장 후보로 법조인 출신 인사를 세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2일엔 양창수 전 대법관이 공관위원장으로 검토되고 있단 이야기가 나온 바 있으며 안대희 전 대법관,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도 공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모양새다.
만약 공관위원장이 법조인으로 채워질 경우 물갈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윤핵관 중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이 한 위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어서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 남은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한 비대위원장-이 인재영입위원장-법조인 출신 공관위원장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형성될 경우 친윤계 인사들로 공천을 하기가 쉬워지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자신이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 위원장은 이 같은 헌신론과 관련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4일 광주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인재영입위원장 겸임이 영남 의원들의 물갈이 신호탄이라 해석이 나온다’는 질문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해석”이라며 “(인재영입을) 직접 챙기겠단 취지는 이기는 공천 절차와 멋있는 공천이 현실에서 충돌할 수 있는데 그 지점에서 사심 없이 우리 당과 국민이 승리하는 방향을 정확히 잡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당내에서 헌신에 대한 우려는 영남·중진 의원 등을 중심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천하람 개혁신당(가칭)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4일 MBC라디오에 나와 “영남권 현역 의원 중에 합류할 분이 있다. 나한테도 중진 의원들이 새해 인사가 온다”며,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이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선언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불출마를 공표하면서 내부적으로도 출마와 관련한 당의 절차, 본인 스스로의 진퇴 여부에 대한 결정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헌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내에서도 조심스러운 우려가 나온다. 중진 의원들에게 단순 누적 선수(選數)나 생물학적 나이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총선 지형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영남·중진 의원에 대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기보단 승리를 위해 지역구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인사들은 중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탄력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세상에 쉬운 선거는 절대 없으며 중진은 그냥 중진이 아니다. 3선을 했다는 건 그만큼 개인 기량이나 능력이 이미 검증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얘기한 진짜 멋있는 공천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만에 하나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그림이 된다면 총선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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